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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두 달 살기 Day 5] 꾸따의 파도 위에서, 그리고 스미냑의 밤까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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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두 달 살기 Day 5] 꾸따의 파도 위에서, 그리고 스미냑의 밤까지

무토진 2025. 5. 19. 00:47


오늘은 말 그대로 온몸으로 발리를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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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꾸따 해변에서의 첫 서핑

꾸따 해변의 아침은 늘 분주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파도와 처음 마주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존 선생님의 초보자 맞춤 설명 덕분에 두려움을 조금씩 덜어냈다.

> "당둥이가 드디어 잘하는 걸 찾은 것 같네."

델리아의 말 한마디에, 아픈 허리도 잠시 잊었다. 사실 2시간 강습이었지만, 1시간 만에 기진맥진해서 포기했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그래도 보드 위에 잠깐이라도 서 있었던 그 짜릿함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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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했던 브런치, Beach Bowl

서핑 후,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마치고 짐을 맡긴 뒤 도착한 곳은 [Beach Bowl].

나는 Acai Bowl (95K)

델리아는 Beach Bowl (85K)


신선한 과일과 부드러운 텍스처의 조합, 단맛은  Crumb & Coaster에서 먹은 것 보다 덜했지만 신선하면서 상큼한 맛과 식감은 뒤지지 않았다.
델리아는 벌써 다음에 또 먹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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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숙소, Kubu Guest House

새롭게 이동한 숙소는 Kubu Guest House.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조용한 골목 분위기,
발코니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에어컨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오후 4시쯤 기사님이 와서야 해결됐다.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분명했다:

침구에서 나는 너무 강한 섬유유연제 향이 불편했고

양치컵과 핸드솝은 물 때와 녹이 심하게 껴 있었으며

샤워기는 고정형이라 불편했다.(샤워기 헤드 교체 불가)


친절한 매니저 덕분에 문제는 빠르게 해결됐지만, 민감한 사람에겐 조금 아쉬운 숙소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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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인도 음식 땡김: Bollywood Indian Cuisine Seminyak

저녁엔 델리아의 "인도 음식 먹고 싶어!" 한 마디에, 고젝앱에서 바이크를 불러 타고 스미냑의 인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도로도 열악하고 신호도 없는데 어떻게 사고도 안나고 그렇게 잘 다니는지 발리의 운전자들은 정말 대단하다.
도착한 식당의 내부 인테리어는 꽤 고급스럽고 분위기도 좋았다.


> 주문한 메뉴:

Butter Chicken 105K

Chicken Vindaloo 104K

Chicken Biryani 93K

Garlic Naan 30K

Sweet Lassi 45K / Plain Lassi 42K
(총 합계 488,554 IDR)


맛은 전체적으로 만족. 특히 빈달루는 꽤 매콤하고 진했다. 하지만 식사 도중에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시작했고, (우리식 표현으로 갈구는 내용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진행해서 꽤 불편했다.
그런 교육은 영업이 시작하기 전이나 후에 했으면 좋았을텐데.

게다가 식사가 끝나자 한 직원이 QR코드를 들고 와 리뷰를 부탁했다. 착한 리뷰를 강요받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고, 높은 평점(구글 기준 4.8)이 의심스러웠던 순간이었다. 다시 갈 의사는 없지만, 한 끼로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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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무리, Bintang Supermarket & 델리아의 선물

숙소로 돌아가기 전, 스미냑의 대형 슈퍼마켓 Bintang Supermarket에 들렀다. 외관도 멋지고 규모도 컸지만, 공산품의 가격은 비싸고 크게 끌리는 물건은 없었다. 우리가 찍은 사진 속 팬티들은 정말 인상적이었지만.


결국 생수, 멜론, 수박만 사서 나오고, 마트 뒤편의 작은 상가에서 델리아가 쿠키 가게에서 제일 비싼 쿠키를 사줬다. 자기 돈으로.


그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말없이 건네는 쿠키 하나에, 오늘 하루의 피로가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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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파도처럼 거세게 밀려왔지만, 결국 델리아의 쿠키처럼 조용히 마음을 녹였다.
아픔도 있었고 작은 실망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오늘이라는 한 장면에 꼭 필요했던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떤 얼굴의 발리를 마주할까
그 생각에 나는 다시 가벼워진다.